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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글 : 에쿠니 가오리 / 옮긴이 : 신유희
출판사명 : 소담
도서분류 : 소담출판사 > 소설
발행일/ISBN/판형/분량: 2015-09-10 / 89-7381-322-3-03830 / 131*187 / 5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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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줄 알았다.
지금껏 우리 가족 이외의 다른 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상상도 안 해봤던 것이다.”

▮ 책 소개

지은 지 70년 가까이 되는 서양식 대저택에 살고 있는 야나기시마 일가.
러시아인 할머니, 이모와 외삼촌까지 한집에 사는 대가족,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시키는 교육 방침,
게다가 아이 넷 가운데 둘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르다.
독특한 이 가족들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3세대, 100년에 걸친 ‘언뜻 보면 행복한’ 가족 이야기.

평범한 것 같지만 하나하나 특이한, 우리네 가족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의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은 일본 여성 월간지 『슈프르(SPUR)』에 4년 넘게 연재되었던 글을 책으로 묶어낸 것으로, 600페이지에 가까운 장편소설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대표작인 『냉정과 열정 사이Rosso』, 『반짝반짝 빛나는』, 『도쿄 타워』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에쿠니 가오리는 그동안 비교적 적은 인물을 등장시켜 간단한 플롯 안에서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 이야기를 끌어가곤 했다. 그랬기에 이번 작품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인물과 복잡한 구성에 독자들은 조금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가족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긴 호흡에 “역시 에쿠니 가오리구나” 탄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은 3대에 걸친 약 100년 동안의 한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러시아인 할머니에, 이모와 외삼촌까지 한집에 사는 대가족, 아이 넷 가운데 둘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르다. 여느 평범한 가족과는 다른 이 가족들은 서로 자연스럽게 포옹을 나눌 정도로 행복해 보이지만, 가족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얽힌 사연은 기구하고 특이하다. 에쿠니 가오리는 독특한 가족들의 사연을 특유의 담담함으로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인 것처럼 풀어나간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는데, 서서히 맞춰지는 조각들을 통해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평범한 가족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건지, 제대로 된 가정이라고 부르는 가정은 정말 행복한 가정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 가족이 어쩌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소설은 평범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하나하나 특이한 우리네 가족 이야기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체험을 시점과 시간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그리면서, 그때그때 보이는 것을 보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다. 가족이라 해도 결국은 모두 혼자가 아닌가.
_에쿠니 가오리


“긴 나날의, 무엇을,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까.”
시대와 장소, 화자를 바꾸어가며 맞추어지는 퍼즐

에쿠니 가오리는 이번 소설에서 독특한 구성을 선보이고 있다. 시대와 장소, 화자를 바꾸어가며 중층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데, 장마다 화자가 다르기 때문에 각 장의 도입 부분을 읽지 않고서는 누가 화자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가족 중 누군가가 화자가 되기도 하고, 크게 비중이 없는 주변 인물이 화자가 되기도 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런 구성을 취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예를 들어, 학교라든지 가족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보내는 아이들의 시간을 어른들은 알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살아온 시간을 아이들은 모릅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한 가족임에도 서로 평생 알지 못하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그 점이 재미있게 다가왔고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이렇듯 패치워크 형식으로 써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_에쿠니 가오리
 
가족임에도 서로 평생 알지 못하는 시간이 있고, 이러한 구성은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에 이 가족들이 어떻게 비칠지 짐작해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전개되지 않고 가령 1987년 여름에서 1960년 가을로, 1990년 초여름에서 1972년 5월로 시간과 계절을 넘나드는 구성을 취함으로써, 하나하나 이야기의 퍼즐을 맞추어가는 뜻밖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그간 작가가 보여주었던 세련되고 섬세한 감성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새로움을 더한 이번 작품은 에쿠니 가오리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듯 흐르는 시간과 함께 끊임없는 이별과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면서 한 가족의 역사는 그렇게 또 흘러갈 것이다. ‘집이 있고, 시간이 흐르고, 사람이 갈마들며 세대가 바뀌고 등장인물 전원이 사라져도, 그 집은 이후로도 계속 남을 테지요’란 작가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지금, 야나기시마 일가의 그 후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 줄거리

도쿄 가미야초, 다이쇼 시대에 지어진 서양식 대저택에 살고 있는 야나기시마 일가. 무역 회사를 경영하는 할아버지, 러시아인 할머니, 평범하지 않은 부모님을 비롯하여 이모, 외삼촌, 여러 형제들과 한집에 사는 대가족이다.
1세대인 할아버지 다케지로와 할머니 기누 이야기를 기반으로, 집안의 권위적인 분위기에 반항하며 바깥세상을 배우고자 가출을 감행하는 기쿠노, 선을 보고 결혼한 남자와 6개월 만에 파경을 맞은 유리, 외롭지만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기리노스케, 이렇게 2세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후손인 3세대는 네 명의 형제들 중 둘이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르고,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시킨다는 교육 방침 아래 성장한다.
이 가족들은 여느 평범한 가족과는 다른 독특한 생활 환경과 가치관으로 인해 세상과 조금 동떨어진 존재들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시대와 장소, 화자를 바꾸어가며 서술되는 이야기 속에서 가족들에게 얽힌 비밀이 하나하나 밝혀진다.

▮ 책 속으로
*
그날 밤, 나는 욕조 안에서 난생처음 우리 집을 조금 걱정했다. 언니와 우즈키를. 우즈키에게는 아사미 씨라는 또 한 사람의 엄마가 있고, 언니에게는 기시베 씨라는 또 한 사람의 아빠가 있다. 그것이 만약 흔한 일이 아니라면, 우즈키나 언니에게는 앞으로 뭔가 안 좋은 일, 곤란한 일이 생기진 않을까?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_pp.052~053

*
그때 우리가 바라보았던 것은 정원 한 모퉁이에 척척 완성되어가는 건물이 아니었다. 갓 깎은 나무 벤치도, 새 욕조도 아니었고, 빨갛고 노란 선이 구불구불 들러붙은 배전반도 아니었다. 나와 우즈키가 숨죽인 채 열심히 지켜보았던 것은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정원의 한 모퉁이였다. 벽을 기던 벌레였고, 흙이었고, 일찍이 그곳에 세워져 있던 갈퀴와 대빗자루였고, 사라져버린 아라키 씨였고, 할아버지였고, 그곳에 흐르던 시간이었다. _pp.157~158

*
“라이스에는 소금을.”
암호를 중얼거린다. 그래서 나도 말했다.
“그래, 유리. 라이스에는 소금을!”
이건 우리 세 사람에게만 통하는 표현으로 굳이 번역하자면 ‘자유 만세!’다. 공기에 든 흰쌀밥은 그대로도 맛있어 보이는데 접시에 담긴 밥에는 왜 그런지 소금을 치고 싶어진다. 우리 셋 다 그렇다. 하지만 예의 없어 보이고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된다는 이유로 어릴 적에는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 다행이다, 자유 만세’라는 의미다. _pp.290~291

*
“엄청 근사한 집이었어요, 그렇죠?”
다카오가 뭔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가 따뜻한 기분이 들고, 거기에 내 스스로 당황하고 있었다. 미혼인 채 아이를 낳는 데에는 적지 않은 각오가 필요했을 테고, 더구나 본부인이나 그 가족들에게 환영받았을 리 없다. 하지만 한곳에 모여 손을 흔들고 있던 그들은 행복한 대가족처럼 보였다. _p.416

*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노조미 씨와 고이치만 해도 아버지가 다른데 한집에서 자란 남매다.
세상에 대한 체면―. 나는 거기에 대해 생각한다. 고이치네처럼 부자는 아니지만 나는 제대로 된 가정에서 성장했다. 세상에 대한 체면이란 곧 자신의 양심이라고 엄마는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신경 쓰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시누이에게 그렇게까지는 말할 수 없다. _pp.566~567

*
그러면서도, 묘한 일이지만 이 방에 있다 보면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가 있다. 정원을 뛰어오는, 운동화를 신은 어린 우즈키의 발소리며 진즉에 돌아가신 아라키 씨가 미는 손수레의 덜그럭거리는 소리, 중국 방에서 어른들이 마작 패를 휘젓는 소리, 누군가가 당구공을 때리는 소리. 여름 오후에 창문을 열어둘 때면 벌의 날갯짓 소리며 나무를 다듬는 가위질 소리에 섞여 들리는 할아버지의 해먹이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테라스에서 일광욕 중인 외삼촌의 포터블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킹크스며 스몰 페이시스의 노래가 머리 위 저 멀리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헬리콥터 소리처럼 내 귀에 띄엄띄엄 와 닿는다. 그것들은 내가 아니라 이 집의 기억이리라. 왜냐면 내가 알 리 없는 소리―개들의 짖는 소리, 정원에서 열린 듯한 파티의 떠들썩함, 어린 노조미 언니와 치하루 언니가 나누는 비밀 이야기며 키득키득 웃는 소리―까지 가끔 방에 가득 차기 때문이다. _pp.579~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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