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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피도 눈물도 없는 생존 전략
글 : 이남훈
출판사명 : 소담
도서분류 : 소담출판사 > 경제/경영
발행일/ISBN/판형/분량: 2012-10-30 / 89-7381-292-9-03320 / 145*210 /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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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중심에 서는 사람, 조직의 끝자락을 붙잡고 연명하는 사람

사람의 일생은 조직에서 시작해서 조직에서 끝난다. 작게는 가정에서, 크게는 회사에서 삶을 영위하면서 더 높은 성공을 꿈꾼다. 그런데 문제는 늘 ‘조직의 중심에 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언제나 ‘조직의 말단에서 끌려가듯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조직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조직의 변화를 주도하고, 관계를 장악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리더가 되어 전체를 이끌어 나간다. 이들은 조직이 어떤 풍파를 겪더라도 조직의 보이지 않는 배려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를 받으며 스스로의 발전과 성공을 지속적으로 꾀한다. 반면 조직에 이끌려 가는 사람들은 눈치를 보는 일에 익숙하며 관계의 끝자락에 매달린다. 즉 조직의 흐름에 자신의 운명을 체념하듯 맡긴다. 따라서 이들은 조직이 조금이라도 흔들릴 기미를 보이면 언제 밀려날지의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다.
물론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직의 중심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조직의 말단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 어떤 규칙에 의해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또한 조직 내의 관계가 무엇에 의해 결합되고 끊기며 변형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조직은 한마디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다. 이처럼 역동적인 조직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조직 관계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특단의 방법’이 필요하다.

가장 냉철한 고전, 한비자가 알려 주는 ‘조직의 중심에 서는 법’

『한비자』는 중국 역사상 ‘가장 냉철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군주가 권력을 지키는 데 필요한 온갖 비책을 집대성한 이 책은 인간의 심리에 대한 냉정한 시각과 조직의 움직임에 대한 명쾌한 판단을 제시한다. 한비는 온정, 배려, 신뢰, 믿음과 같은 인간의 감정적인 것들을 모조리 걷어 내 버리고, 철저하게 인간 심리의 밑바닥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본질로부터 다시 사람과 조직을 움직이는 ‘철의 법칙’을 도출해냈다. 한비가 통찰한 이 조직 운영의 법칙들은 전국 칠웅의 패자, 진시황제마저도 감동시켰다. 생전에 진시황제는 『한비자』를 읽고 이렇게 말했다.
“한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구려!”
한비의 지혜를 담은 이 책에는 조직의 중심에 서서 조직을 장악하는 거의 모든 방법이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망해 갈 수밖에 없는 모든 조직을 되살리는 필살의 비책

조직의 중심에 선 사람들이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바로 조직을 도전의 길로 이끌고, 그 안에서 성과를 창출하는 일이다. 많은 상사와 리더들은 이를 위해 ‘명령과 지시’를 내리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비는 그것을 ‘착각’이라고 말한다. 아니, 한비는 ‘모든 형태의 조직은 망할 것이 예정되어 있다’는 냉정한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한비는 그 근거를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에서 찾고 있다.

백성들은 모두 원래부터 안전과 이익을 얻으려 하고 위험과 궁핍함을 피하려고 한다. … 그래서 그들은 권력 있는 신하들을 섬겨 노역을 면제 받으려고 한다. 노역을 면제 받으면 전쟁에 참가하지 않게 되고, 전쟁에 참가하지 않으면 안전한 상태가 된다. 뇌물을 써서 권력자에게 의지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되고, 그것을 얻게 되면 자신은 이익을 취하게 된다. 이렇게 편안함과 이익이 있는데 어찌 이것을 추구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나라를 위한 백성은 적어지고, 권력 있는 신하를 위하는 백성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_제32편, 오두五蠹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군사들에게도 실은 두 마음이 있다. 하나는 조국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도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이 두 심리적 갈등은 끊임없이 전세를 약화하고 군대의 힘을 와해한다. 결국 조직원들이 추구하는 ‘안전과 이익’이라는 인간 본연의 심리가 조직의 행동력에는 약점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한비는 조직을 그대로 놔두면 이 인간 본연의 심리가 작용하여 필히 망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책은 조직을 둘러싼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의문에 답한다. 하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냉정한 접근을 통해 조직을 장악해 중심에 서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망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조직의 운명을 어떻게 다시 열정적이고 재기발랄하게 만들 것인가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또한 조직을 대하는 자세나 인간을 대하는 태도도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많은 시각 가운데서도 한비의 시각은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한다. 가장 냉정하게, 가장 혹독한 방법으로 인간과 조직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것이다. 물론 한비의 시각만이 꼭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조직과 인간의 심리에 깔려 있는 본질적인 면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수학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핵심 원리이다. 핵심 원리를 알면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풀든 답은 제대로 나오게 되어 있다. 정작 문제는 원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어설픈 기술로 해결하려고 할 때 생겨난다.
당신이 온화한 사람이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든, 혹은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으로 가득 찬 사람이든 그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심리에 대한 파악이 전제되지 않고는 그 어떤 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한비가 진실이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비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종적인 관점은 오직 당신 스스로 결정할 뿐이다.
세상은 10년마다 천지가 진동할 정도로 바뀌지만, 사람의 마음과 심리는 백 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비의 시각은 조직과 사람에 관한 ‘천년의 지혜’를 당신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많은 사람들은 ‘진실은 통한다’고 믿는다. 진실한 마음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낙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호도될 수 있고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조직 내에서 제아무리 열심히 진실을 외쳐도 그것은 잔혹하게 왜곡된다. 심지어 정반대의 것이 진실로 둔갑되는 일도 허다하다. 또한 진실을 말해도 상대방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면, 그 진실을 입증하기 위해 고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상대방의 방해 공작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로 인해 진실은 꼬이고 묻히고 변형되면서, 어느덧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조차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까지 전개된다. 따라서 현실적인 힘의 역학 관계에서 ‘진실의 힘 ’이 가지는 위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명분의 힘’은 진실과 거짓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매우 강한 위력을 내재하고 있다. _pp.14~15,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중에서

대다수의 리더들은 일이 실패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간의 잘못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즉 리더는 부하의 말이나 부하가 맡아서 해내는 일의 진전만 믿고서 섣불리 성공을 점친다. 믿는 것은 자유지만, 그 믿음으로 인해 ‘또 다른 대안 ’은 세우지 못하는 것이다. 요컨대 근거 없는 믿음으로부터 출발한, 성공에 대한 섣부른 예단이 조직원의 마음을 흐트러뜨리고 이것이 제3의 대안을 세우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결국엔 최종적 실패로 귀착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결국 한비가 오늘날의 모든 조직원에 들려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를 알면 그 하나밖에 모른다는 것과, 둘째, 부하의 말이 비록 웅변일지라도 일의 성공을 장담하지 말라는 것이다. 끝으로 행동이 아무리 올곧더라도 그 행동 또한 믿지 말고 경계심을 더욱더 늦추지 말라는 것이다. _p.70, 「말-행동-일에 관한 근거 없는 믿음」 중에서

결국 한비에게 있어서는 다스림 또는 사내 정치의 문제는 곧 리더의 ‘최종적인 통제력의 문제’인 것이다.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망연히 두 손 놓고 일이 잘되기만을 바라거나 ‘그저 착한 사람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하는 근거 없는 기대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그것을 확보하라는 이야기다.
이는 리더가 부하들을 통제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부하가 리더를 제어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의 변수에 대해 무조건 ‘착한 상사’를 믿고 기대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황의 변화를 주도하고 그 주도의 흐름 속에서 상사가 자신의 힘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라는 것이다. _pp.113~114, 「정치를 두려워하지 마라, 아니면 당신을 넘볼 것이다」 중에서

한비가 조직원을 대하는 방식은 늘 그렇게 ‘의심’으로 일관된다. 그래서 조직원을 ‘완전히 믿기는 힘든 존재’와 같이 다룬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한비의 그런 사고방식이 너무나 비정한 태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의 태도를 뒤집어 보면,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스타일이 오롯이 드러난다. 그의 의심은 ‘착한 부하를 믿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쁜 부하로부터 모략당하고 있는 착한 부하를 구출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사실 직장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리더의 눈이 수십 개가 아닌 이상, 조직의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모든 모략과 비밀스러운 왕따의 실체를 밝혀내기는 힘들다. 따라서 한비의 의심은 이러한‘ 나쁜 부하’가 꾸미는 모략과 계책을 분별해 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나쁜 부하의 계략들을 피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지혜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_pp.142~143, 「함정에 빠진 부하를 어떻게 분별할 것이며, 그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중에서

세상의 모든 리더와 상사는 자신의 힘을 부하들에게 과시하고 싶어 한다. 아주 많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현 모습보다는 ‘조금 더’ 자신의 능력이 포장되었으면 하는 속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도덕성의 문제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는 자신의 ‘이익’과도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신을 우러러보는 부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일하기가 더욱 편한 것이다. 또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에도 더욱 좋은 것이다.
한비는 한편으로 이런 인간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자신만의 적절한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한비가 제안하는 방법들은 비록 ‘잔머리’로 생각될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예컨대 모르는 척 말하기, 넘겨짚어 말하기, 엉뚱하게 말하기, 꾸며서 말하기 등이다. 어쩌면 이미 이들 방법으로 직장에서 꽤 ‘효험’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_pp.190~191, 「리더가 자신의 힘을 강화하는 몇 가지 방법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