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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글 : 에쿠니 가오리 / 옮긴이 : 김난주
출판사명 : 소담
도서분류 : 소담출판사 > 소설
발행일/ISBN/판형/분량: 2006-10-30 / 89-7381-881-3-03830 / 150*220 /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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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냉정과 열정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도쿄타워』 등의 소설로 일본과 한국에서 많은 여성독자를 확보한 동시에 나오키상을 수상해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일본의 대표 여류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성장 소설이다. 주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그려오던 에쿠니 가오리가 이번에는 열일곱 살 여고생들의 감정을 섬세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의미조차 규정할 수 없는 감정과 경험들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열일곱 살의 성장통을 날카롭고 솔직한 어법으로, 그러나 무덤덤하게 -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세련된 화법으로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기억에서 사라져갈 현재를 힘겹게 통과하고 있다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고, 수업시간에는 쪽지를 돌리기도 하는 학교생활. 각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있으면 똑같아 보이고, 즐거워 보이지만, 각각 자기만의 아프고, 특별한 사연들을 갖고 있다.
20대가 지나고 30대, 40대가 되면서 맞이하게 되는 더 큰 경험- 사랑, 결혼, 직업, 아이 등의 문제-들 때문에 기억에서 점점 희미해져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그러한 경험들, 기억들에 관한 이야기가 독자들의 성장기를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때는 마치 삶의 전부인 것처럼 덜 자란 육체와 정신을 짓누르던 것들, 지금 돌아보면 치기 어린 열정 같은 감정들……. 이성과 감정을 통제하는 어른이 된 지금은 그런 모습들이 낯설고 멋쩍기만 하다.
그 낯선 기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차가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 자신이, 또는 독자 자신이 지나왔던 것처럼, 아니 이 땅의 모든 십대들이 성장기란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기억에서 사라져갈 현재를 힘겹게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힘겨운 현재도 언젠가는 기억에서 희미해져 사라져갈 것이라는 진실은 현재의 삶의 버거운 무게를 조금 가볍게도 하고, 명멸하는 불빛처럼 사라져갈 것들에 대한 회한으로 조금 쓸쓸하게도 한다.

열 명의 여고생, 여섯 가지 이야기
온갖 감정이 교차했던 여고 시절의 교실은 이미 내게서 멀어졌는데, 거슬러 올라가 더듬어 보면 분명 거기에 있다

버스에서 순결해보이는 여고생의 몸을 가졌다는 이유로 묘령의 여인 치한을 만나지만 아무런 느낌을 갖지 못해 불감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기쿠코-(손가락), 조직사회에 편승하지 못한 채 남다른 정신세계를 가져 분열증을 일으켜버린 친구 때문에 슬퍼했던 기억(초록 고양이), 엄마와 쇼핑을 하는 것이 취미인 유즈가 엄마보다 더 좋은 남자친구가 생기는 과정(천국의 맛), 비만으로 비관에 빠진 여고생 카나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쓰는 사탕일기(사탕일기), 이모와 친한 유코, 서른이 넘도록 혼자 살며 외로워하는 이모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비, 오이, 녹차), 빨리 성숙한 육체로 남자를 혼란케 하는 미요(머리빗과 사인펜). 여섯 가지 단편을 통해 열 명의 여고생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만난다.

손가락
기쿠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따로 살고 있는 아빠도, 엄마도 좋아하기 때문에 고통스럽진 않지만 단둘이 사는 생활이 가끔 너무 적막하고, 외롭다.
다케이, 유즈, 마미코, 다카노 씨.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고, 수업시간에는 쪽지를 돌리기도 하는 생활.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통학버스에서 묘령의 여인이 기쿠코의 재킷 안의 가슴을 움켜쥔다.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은 기쿠코. 그 뒤로 오히려 그 여인을 기다리게 된다. 버스에서 몇 차례 더 조우하고, 하루는 그 여인을 따라내려 집까지 간다. 남편과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여인과 차를 마신 뒤 등교한 키쿠코.
새해 아침, 아빠와 엄마가 오랜만에 다 모인 집안 분위기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서먹하기만 하다. 집을 나온 기쿠코는 그 여인의 집을 찾아가는데…….

초록 고양이
중학교 때부터 늘 붙어다니는 에미와 모에코. 아침에 만나 함께 등교하고, 도시락도 같이 먹고, 하교도 같이 하고, 클럽 활동도 같이 한다. 립크림 종류도 같고 좋아하는 양말 브랜드도 같은 단짝이자 소울 메이트이다. 모에코는 동아리나 그룹 같은 단체생활을 즐기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친구란 훨씬 개언적이다. 아는 사람과 친구와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에미가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이상을 보이면서 점점 모에코와의 사이에도 거리가 생긴다.

천국의 맛
아무런 걱정이 없는 가정의 평범한 여고생 유즈. 엄마와 쇼핑을 즐기고,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엄마의 르노 승용차가 데리러 오고,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살지만, 남자친구와의 데이트가 점점 재미있다. 어색한 첫 만남에서부터, 친구처럼 친해지며 조금씩 다가가 남자친구가 되는 과정, 엄마와의 친밀함 말고 또 하나의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여고생의 예쁜 데이트 과정기. 열 개에 3백 엔 하는 초콜릿 바 이름(테이스트 오브 파라다이스)처럼, 소녀는 지금, 새로운 맛, 천국의 맛을 알아가는 성장기에 있다.

사탕일기
160센티미터에 76킬로그램의 카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사탕일기를 써왔다. 가벼운 벌을 주고 싶은 사람에겐 파란 사탕을, 독약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는 까만 사탕을 주며 마음속으로 여러 명을 독살해왔다. 주로 자신의 외모컴플렉스를 자극하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적대감을 느낀다.

비, 오이, 녹차
유코는 이모와 친하다. 서른여섯 살인데 아르바이트로 먹고 살고, 결혼도 하지 않은 시토 이모. 이모는 독신 생활이 자유롭고 편하기는 한데,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있다고 한다. 그겻은 가출할 수 없다는 것.
“내가 가출을 해봐, 그건 절대 가출일 수 없잖아. 돌아오면 여행인 거고, 돌아오지 않으면 이사잖아.”
비오는 날 녹차를 마시고 있는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무언가 얘기를 하려다 마는 유코. 만약 이모가 가출을 하면 나는 실종 신고를 하고 찾아내면 데리러 가주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가능성의 문제 라고 생각한다.

머리빗과 사인펜
라면집에서 만난 여고생 다카노 미요와 데이트하는 나. 미요는 노는 아이 같진 않지만 남자를 잘 알것만 같은 인상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만나는 목적이 몸이라고 여기고 싶지 않아 다른 방식의 데이트도 시도해보았지만 미요는 거절한다. 미요의 가방 속을 들여다보았는데, 머리빗과 사인펜 뭉치밖에 없다. 아는 남자가 서른 명쯤 된다고 말하는 미요. 나는 도무지 미요가 왜 이렇게 사는지 알 수가 없다. 미요의 다른 이름은 다카노. “다들 나를 다카노 씨라고 불러.” “사실은 아무도 내게, 다가올 수가 없는 거겠지.”라고 말하는 미요, 얼마 뒤 ‘나’를 차버린다. 나는 학교 앞에도 찾아가 보지만 미요를 다시는 만날 수가 없다.

책 속에서

나는 싸늘한 손가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안하게 서 있느니 차라리 일이 벌어지는 쪽이 마음 편하다. _손가락

“나는 초록 고양이가 되고 싶어. 다시 태어나면.”
보라색 눈의 초록 고양이, 라고 말하고 에미는 꿈 꾸듯 미소지었다.
“그 고양이는 외톨이로 태어나, 열대우림 어딘가에 살고, 죽을 때까지 다른 생물과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아.” _초록 고양이

우리에게 엄마란 돈과 안심을 모두 갖고 있는 친구다. _천국의 맛

유즈에게 파란 사탕 하나
아야에게 은색 사탕 하나
오니시 씨에게 은색 사탕 하나
요시다 씨에게 검정 사탕 하나

카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사탕일기를 써왔다. 가벼운 벌을 주고 싶은 사람에겐 파란 사탕을, 독약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는 까만 사탕을 주는 일기. _사탕일기

이모는 독신 생활이 자유롭고 편하기는 한데,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있다고 한다. 그겻은 가출할 수 없다는 것.
“내가 가출을 해봐, 그건 절대 가출일 수 없잖아. 돌아오면 여행인 거고, 돌아오지 않으면 이사잖아.” 만약 이모가 가출을 하면 나는 실종 신고를 하고 찾아내면 데리러 가주리라.’고 생각한다. _비, 오이, 녹차

헤어지면 나는 또 금방 미요가 그리워졌다. 미요의 몸은 그런 몸이었다. _머리빗과 사인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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